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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정규직법, 무엇이 문제인가? - cimio (09.07.03)

yygg 2009. 8. 1. 15:54

출처: http://cimio.net/645

 

 

 

 cimio 09.07.03

 

 

7월 1일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언론, 기업, 노조 간의 대립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의 보도로는,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기에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이 따르기가 어려운 법이고, 이로 말미암아 기업들은 업무에 익숙해진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해야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든 직장을 떠나 실직자가 돼야 하는, 모두에게 해로운 법입니다. 그러니 한나라당이 이 법의 시행을 유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보수언론이 해고 위기에 몰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눈물 나는 사연을 연일 보도하는 것도 당연하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평소에 강남 아파트값 떨어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인 듯 호들갑을 떨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갑자기 노동자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꼴도 이상하고, 노동자가 이 법의 제일 큰 피해자라는데 노동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은 이 법의 시행 유예를 반대한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과연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공방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우선, 비정규직법 탄생의 배경을 돌아봅시다. 90년대 이후 근로자의 월급이 많이 오르면서 기업들은 싼값에 노동력을 얻기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였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해고도 쉽고, 월급도 정규직 근로자보다 적기 때문이죠. 문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안정된 일자리가 점차 줄었고, 이는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해 방황하는 사회문제를 낳았죠. 또한, 비슷한 일을 하는데 정규직은 좋은 대우를 받고, 비정규직은 나쁜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합니다. 그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아예 웬만해서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사용사유의 제한을 주장하죠. 이렇게 의견이 갈리자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손을 들어주고, 결국 이 법은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여야합의로 2006년 통과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통과에 협조했다는 사실은 당시 기준으로는 기업인들이 이 정도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즉, 좋은 인력을 싸게 부리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제도는 사회적 반발을 고려할 때 어차피 영원히 지속할 수 없었고, 조금 희생하는 모양이라도 내서 여론을 달래려면 비정규직을 2년까지 고용하도록 허용하는 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노동시장엔 비정규직이라도 고용만 시켜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으로 넘쳐났고, 이렇게 좋은 상황을 법이 무서워 활용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미친 것이지요. 이러한 기업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대표인 전경련뿐 아니라 한나라당, 보수언론 등이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손발이 잘 맞기에 한편의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특히, 정규직 전환 제의를 받은 사람이 "나는 비정규직이 좋다."며 거절했다는 모 언론의 기사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객관적으로 봐서 비정규직법은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닙니다. 여론에 밀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조금 양보할 용의가 있던 기업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환경이 조성되자 과거의 양보를 철회하고 이득을 극대화하겠다고 나서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은 일방적으로 기업인들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 아니라, 이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과장 보도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해고하든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할 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무기계약직은 해고할 때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정규직과 다를 뿐,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2년이나 고용을 했으면 월급은 못올려주더라도 최소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는 말라는 것이 법의 요지입니다. 사실 별것도 아닌, 매우 당연한 내용이지요. 그런데 기업인들은 그나마 하기 싫다고 이렇게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이 정말 "2년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내용이었다면 기업인들이 촛불 시위라도 벌이지 않았을까요?

비정규직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결국 한치의 이익도 포기하기 싫은 기업인들과 이들의 뜻에 따라 열심히 움직이는 한나라당, 보수언론이 일으키는 헛 소동일 뿐입니다. 이번 논쟁은 한국에서 근로자의 권익을 눈곱만큼이라도 증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참고글
한겨레 “어떻게 만든 법인데 시행도 안해보고 유예하자고?”
이정환닷컴 비정규직법? "개정 실패"가 아니라 "저지 성공"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 비정규직법과 대량해고 그 진실은?
프레시안 '해고대란' 타령은 거짓말…"기자들아 법부터 읽어보자"

출처 : 경제, 경제현실, 그리고 경제학
글쓴이 : 시나브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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