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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금 통화시장에서는...... - 09.10.01 마포강변님

yygg 2009. 10. 7. 20:05

어제 오후 늦게 Bloomberg TV에서 펩시 콜라사가 달러 약세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리포트가 방송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들더군요. 분명 달러는 리먼 사태 이전보다 강세입니다. 리먼 사태 이전 달러 인덱스는 72정도 수준이었고 현재 달러는 76 정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점이 89 정도였으니 고점 대비 약세인 것은 확실하나 현재의 수치는 2008년 초의 수준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즉, 위기가 발발하기 전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금융권의 위기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 평상 시(?)의 달러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달러 인덱스 차트입니다.
 

달러 인덱스.jpg

위 차트에서 보듯 리먼 사태 이후 달러는 세계의 안전자산으로 폭등을 하게 됩니다. 그 후 2009년 3월부터 시작된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다시 하락을 하게 된 달러는 현재 76선에서 횡보하면서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달러의 강세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3월까지 8개월 동안 강세를 이어갔고 달러의 약세는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약 7개월 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달러 약세는 리먼 사태 이후의 정점에 대비한 달러 약세입니다. 강세, 약세란 상대적 개념에 불과합니다. 만약 리만 사태 이전의 시점과 비교하면 달러는 오히려 약간 강세인 상황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값은 72입니다. 72 지점에서 리먼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 각국 특히,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 수출국들은 성장을 노래하던 때였습니다. 일본도 20년의 불황에서 마침내 탈출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었고 중국의 성장은 끝이 없을 것처럼 보였을 때입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턱도 없이 5% 성장도 작다고 747 공약을 미친놈들이 부르짖던 때였습니다. 이들 3국은 풍부해진 달러를 미친 듯이 써버리던 시기였습니다. 해외 여행 및 유학이 더 이상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였습니다. 자국 통화의 강세를 바탕으로 수입액은 나날이 늘고 있었고 자국 통화의 강세를 이기지 못한 수출 기업들의 해외로의 엑소더스 역시 그 정점을 찍을 때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미 달러는 약세 및 강세 정책을 반복해 왔습니다. 물론 통화시장에서 개별 통화는 리먼 사태와 같은 비상식적(?) 사태를 제외하고는 어떤 국가든 자국 통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미국의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역시 상대국과의 공조를 통해서만 인위적인 개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통화 가치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아래 차트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플라자 합의.jpg
 

제1차 플라자 합의는 1985년 이루어졌습니다. 이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피폐해진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강 달러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강 달러 정책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무역수지를 적자로 내몰게 됩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미국은 자신들의 시장을 강하게 잠식하고 있던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게 됩니다. 즉, 달러를 평가절하하고 엔화, 마르크 등의 평가절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 합의로 1985년부터 2년에 걸쳐 달러는 50% 이상 하락하게 됩니다. 반대로 미 달러와 비교한 엔화는 50% 평가절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시점에서 미국이 달러 하락을 원했던 이유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흑자로 되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1차 플라자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좀처럼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미 미국의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었던 것입니다. 달러의 하락은 거의 10년 동안 이어지지만 미국의 무역수지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게 됩니다. 이에 미국은 다시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것을 장점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메우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됩니다. 상품보다는 비싼 달러를 수출하는 것이야말로 자국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미국은 다시 일본을 비롯한 선진7개국과 협상을 하게 되고. 협상 결과 강 달러, 기타 통화 약세에 당사자들은 합의하게 됩니다. 이것이 1995년 이루어진 제2차 플라자 합의입니다. 그 결과 위 그림에서 보듯 추락하던 달러는 다시 반등해 50%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달러의 강세는 몇 년을 지속하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의심과 더불어 무차별적인 달러의 팽창이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기 됩니다. 아래 차트에서 보듯 미국이 막강 파워를 자랑하던 시기는 달러가 강세였던 시기였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를 좌지우지했던 막강한 미국의 영광 뒤에는 달러 강세 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 역시 상대적인 개념임을 주지해야 합니다.
 

달러 인덱스 장기차트.jpg

현재, 일반인 및 전문가들 대부분이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있는 국면입니다. 그러나 달러 약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은 패권의 지위를 잃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달러 약세로 미국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자국의 무역수지를 약간은 호전시킬 수가 있으나 그것이 미국 제조업의 부활로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융과 자본이라는 단 맛에 너무나 익숙해진 국가입니다. 과연 미국인들이 과거의 성실한 노동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자본 및 금융을 통해서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산업의 구조 조정이 일단락 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영국의 산업발전단계에서도 이미 확인이 된 것입니다.

 

작금의 달러 약세는 엔화의 강세 때문입니다. 일본의 좌파 정권이 출범한 후 그들은 미국 달러를 지지해왔던 자민당의 정책을 포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린백의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일본마저 중국을 뒤이어 달러를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 USD/JPY는 하루에 1.8% 정도 폭락합니다. 단 하루 만에 말입니다. 잘 알다시피 달러 약세는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인들의 자산 총액은 약 67조 달러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이 금액을 엔화로 환산 평가하면 하루 만에 약 1조 달러 정도의 자산이 날라간 것입니다. 앉아서 자신의 자산이 날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수입품 가격 또한 오를 것입니다. 월마트의 90%가 수입품입니다. 물론 달러의 하락은 달러 자산 보유국들에게 연쇄 반응을 일으킬 소지도 매우 큽니다. 만약 이런 연쇄반응이 현실화되면 달러뿐만이 아니라 달러 표시화 자산에 대한 투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패권은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현재의 달러 약세는 사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기인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달러를 지탱해왔던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과 일본의 달러 탈출이 그 단초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현재의 달러 캐리 현상은 미국 본토가 아닌 아시아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원화 강세는 일본 엔화의 강세와는 구별됩니다. 엔화 강세는 지속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일본이 더 이상 달러를 방어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출범 때문에 가속화된 것이고 기본적으로는 일본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아직도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원화 강세는 한국의 자산시장 거품이 재발한 시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다시 말하면 펀더멘탈에 기초하지 않은 원화 강세이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만약 달러가 한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이용한 투기자본이라면 자본 환류가 발생할 시 한국은 나락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일본에 들어오는 자금은 엔 캐리가 청산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즉, 일본으로 들어오고 있는 자금은 빚을 꺼나가는 자금이니 순수하게 일본 돈이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일본으로부터 탈출했던 자금들이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새로운 빚 혹은 투기자본의 유입이기에 위험합니다. 그것도 매우 위험합니다.

 

디플레이션이 통화 약세를 만든다는 괴상한 논리는 경제학의 ABC도 모르는 자들입니다. 미국은 디플레이션 상황입니다. 현재 달러의 약세는 자국에서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일부 투기자금과 미국 이외의 지역 즉,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달러가 방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달러 하락은 미국 현지의 자본이 본격적으로 움직여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과연 미국이 이 상황을 보고만 있을까요? 달러 인덱스 72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점이 되었습니다. 만약 달러가 추가로 하락해 이 지점에 이르면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현재 미국의 국채 시장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근래의 급격한 달러 하락에 비하면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FOMC 역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도대체 뭘 믿고 물러서지 않는 것일까요? 아직은 그들이 달러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미국의 디플레이션 상황이 유지되는 한 달러는 강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통화의 가치는 기준금리가 아닌 실질금리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달러가 외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라면 미국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요? 만약 자본환류가 본격화된다면 아직도 빚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한 가지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경상수지가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 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의 수직 빙벽을 오르듯 적자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약세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미국 경상수지.jpg


즐거운 추석입니다만 힘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커 마냥 즐겁지만은 않군요. 그래도 고향은 항상 따뜻한 곳이니 모든 것 잊으시고 그곳에서 충분한 위안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한가위 되십시요.

출처 : 미네르바 경제
글쓴이 : 일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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