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사기(Ponzi Scheme)
- cimio(09.05.20)
스물한 살에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찰스 폰지(Charles Ponzi)는 빠른 시일 안에 큰 돈을 벌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 모두 실패하고, 결국 전과 기록과 빚만 남은 우울한 처지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어느날 스페인에서 날아온 편지에 동봉된 국제우편회신 쿠폰을 본 그는 돈을 벌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원래 국제우편회신 쿠폰은 다른 나라로 편지를 보낼 때, 답장용으로 쓰라고 넣어 보내는 증서인데, 1차대전을 거치며 각국의 환율이 크게 변했지만, 국제우편회신 쿠폰의 가격은 아직 환율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폰지는 미국 달러를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한 이탈리아로 보내 국제우편회신 쿠폰을 사고, 이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시 빚에 쪼들리던 폰지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돈이 없었기에 투자자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그는 투자자를 만나면서 "소수의 고액 투자자를 찾기 보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찾는 편이 쉽다" 는 사실을 깨닫고, "90일 만에 투자금을 두 배로 돌려 줍니다"고 광고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엄청난 수익률을 내건 탓에 투자자는 빠르게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국제우편회신 쿠폰 사업은 결국 실행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예를 들어, 국제우편회신 쿠폰을 미국으로 가지고 온다고 해도 이를 우표로 바꿀 수 있을 뿐, 현금화하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는 은행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그의 사업이 아무리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해도, 투자자에게 약속한 고수익을 내기엔 부족했습니다. 결국, 그의 사업은 "Robbing Peter to pay Paul"(피터에게 돈을 훔쳐 폴에게 돈을 갚는) 방식으로 굴러갔는데, 이러한 방식이 유지되려면 투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늘어나야만 하죠. 결국 그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투자자의 증가가 둔화하자 폰지의 회사는 파산했고, 폰지는 감옥에 가게 됩니다.
폰지 사기(Ponzi's Scheme)라는 책을 쓴 Mitchell Zuckoff는 폰지가 처음부터 사기를 칠 생각은 아니었지만,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워낙 과장된 수익을 약속하였고, 게다가 원래 사업계획이 틀어지니 사기로 변질해 버렸다고 설명을 합니다. 즉, 폰지가 욕심을 내지 않고 작은 자금을 마련해 다른 나라 국제우편회신 쿠폰을 사왔다면 우표를 기업에 할인 판매하는 방식 등으로 작은 수익을 낼 수 있었겠지만, 큰 돈을 벌 욕심에 지키기 힘든 약속을 하였기에 결국 자멸하고 말았죠.
1997년 알바니아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의 사기에 말려들어 크게 어려움을 겪습니다. 원래 알바니아는 공산주의 국가였을 뿐 아니라 공산주의 국가 중에서도 정보통제가 심해서, 대부분의 국민이 "알바니아는 지상낙원"이라는 말만 믿으며 살던 곳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들어오자 국민은 극도의 혼란을 겪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일부 사기꾼들이 나타나 "우리에게 돈을 투자하면 빠른 시일 내에 큰 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고 국민을 유혹했고, 국민은 "이제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으니 우리도 큰 돈을 벌어보자"는 욕심에 이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알바니아 정부까지 국민에게 이러한 투자에 참여하도록 격려하였으니, 국민들은 더욱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었죠. 하지만 폰지 사기가 늘 그렇듯,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수익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피라미드는 무너져 내렸고, 인구가 3백만 명 밖에 안 되는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이러한 금융 사기로 말미암은 피해액이 12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인해 분노한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정부는 무너졌으며, 전국이 내전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후로 알바니아가 평온을 되찾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죠. 자본주의의 단맛을 빨리 보려던 알바니아인들은 혹독한 수업료를 낸 셈이죠.
알바니아의 예를 본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하고 비웃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뒷사람의 돈으로 앞사람에게 갚는" 수법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시장의 급등하는 주식이죠. 주식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투자지만, 욕심을 부리는 순간 투기가 됩니다. 이러한 욕심은 기업의 가치와 상관없이 급등하는 종목으로 모여들기 마련이죠. 처음에 만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갑자기 만 오천원으로 뜁니다. 그 기업의 수익을 볼 때 이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면 주가는 오히려 더 빠르게 오르기 마련이죠. 만 오천원이 며칠 만에 다시 이만 원이 되고 나면 "지금 사서 폭락하기 전에 팔아치워야지"하는 생각으로 사들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죠. 즉, 폭탄 돌리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결국, 더 이상 새로운 투자금이 흘러들어오지 않으면 오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다시 만원으로 내려가고, 그 과정에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은 먼저 투자한 사람이 큰 수익을 올린 만큼 큰 손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경기 부양책도 이러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실물경제가 정말 살아나는 중이라면 지금 투자해도 되겠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정부의 자극으로 말미암아 투기자금이 몰려드는 시장에 들어간다면, 이는 먼저 들어간 투기꾼들의 용돈을 대주는 셈일 뿐입니다. 물론 정부로서는 경제를 살리려고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이지만,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폰지에게 속은 투자자와 같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정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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