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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초식남의 시대 - cimio(09.05.13)

yygg 2009. 5. 22. 19:50

출처: http://cimio.net/611

 

 

초식남의 시대

 

 - cimio(09.05.13)

 

 

얼마 전에 미국에서 남성성을 잃은 남자, 야성을 잃은 남자들이 많아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글을 썼는데(야망이 없는 소년들, 공부할 나이), 글을 쓰면서 '과연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보통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에, 미국의 젊은 남성들이 남성성을 잃는 현상은 언젠가 한국 사회에도 나타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죠. 그런데 한겨레21에 나온 <‘잠’만 자는 신인류, 초식남> 이라는 기사를 읽으니, 한국도 이미 이러한 현상이 발생 중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더군요.

초식남은 일본에서 이미 3년 전부터 유행한 표현으로, <초식남, 여성화된 남자가 일본을 바꾼다>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성성을 잃고 여성화한 남성을 뜻하는 말입니다. 초식남들은 연예에 대해 흥미가 없고, 혼자 사는 삶을 즐기고, "기성세대들이 정의하는 책임감, 권위, 근성 등으로 표현되는 ‘남성다움’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초식남이라는 표현이 화제가 되는 것은 한국에도 이런 남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한겨레21 기사는 "'여성 공감 지수’가 높고 독신 생활을 즐기는 인물"인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를 한국형 초식남의 예로 들었습니다.

초식남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한겨레21기사에 따르면 중앙대 여성학과 이나영 교수는 “여성 공감지수가 높은 남성의 등장은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허물어졌다는 점에서” 초식남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많은 자칭 초식남은 "내가 꼭 전통적인 남성의 모델을 따라 살아야 하느냐?"며 자신이 섬세한 여성적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보입니다. 게다가 여성들도 여자 알기를 자기 몸종 알 듯 하는 "꼴마초"의 시대가 가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미남의 시대를 거쳐, 마음이 통하는 초식남의 시대까지 열리니 반가운 일로 반기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남성성을 잃은 남성이 출현한 지 수십 년이 된 서양의 예를 보면, 초식남 현상은 여성들에게 거대한 두통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초식남들은 전통적인 남성들과 다르게 자신의 삶을 잘 가꿀 줄 알고, 인생을 즐길 줄 알기에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여성들은 남성과 관계를 할 때 대단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남성성을 읽은 남자가 관계에서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헌신의 회피입니다. 전통적인 남성들은 관계에서 "결혼에 골인"함으로 자신의 공격성을 표현했습니다. 즉, 남성이 사귀는 여성에게 "걱정 마, 손에 물도 안 묻히고 살게 해줄게" 하고 거창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하기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관계의 끝을 보고 싶은 남성 특유의 성취심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남성성을 잃은 남성은 관계에서 꼭 특정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고, 특히 자신이 남성으로서 뚜렷한 역할(아버지의 역할, 남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결혼관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심지어 여성과 사귈지언정 공식적인 연인 관계가 아닌, 친구 같은 관계를 추구하죠. 그래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이렇게 나오면 여자는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전통적인 성역할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하더라도, 몸에서 나오는 성호르몬은 여전히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호르몬에 평생 노출되며 살아온 여성들은 남자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물론 남성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도 자신이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긴 하지만, 이는 소수이고, 대부분 여성은 남자가 연애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지 않거나, 아무리 오래 사귀어도 결혼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답답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이 적극적이지 않은 남자 때문에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한국에서는 아직 덜 나타난 현상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화한 현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도 소재로 자주 등장하죠. 심지어 여러해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남성들이 책임을 회피하기에 결혼을 하고 싶은데도 결혼을 못하는 여성이 많다며 "남성들이여, 책임을 피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책임이 없는 삶에 익숙해진 서양 남성들에겐 쇠기에 경 읽기였죠.

동양에선 만물을 음과 양의 관계로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자는 양, 여자는 음입니다. 세상에 지나치게 양이 많다면, 세상이 너무 과열돼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역사를 봐도, 남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사회는 꼭 전쟁을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전 세계가 두 번의 커다란 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20세기 전반은 양이 넘친 시대였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은 세계적으로 큰 전쟁이 없고, 남성성이 사라저가는 시기라는 점에서 음이 넘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과 양은 한쪽이 너무 많으면 안 되는데, 지금은 음과 양의 균형이 깨어진 상태이고, 따라서 그리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쉽게 해결책이 있는 문제도 아니고, 금방 상황이 바뀔 수도 없기에 앞으로도 수십 년간 이로 말미암은 어려움은 지속할 듯 보입니다.

출처 : 경제, 경제현실, 그리고 경제학
글쓴이 : 시나브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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