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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역법과 귀납법 - cimio(09.03.25)

yygg 2009. 5. 22. 19:59

출처- http://cimio.net/583

 

 

연역법과 귀납법

경제 2009/03/25 19:28

 

 

중세가 끝나고 가톨릭 교회의 권위가 약해지면서, 유럽의 지성인들은 "진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되는데, 하나는 "경험을 통해 진리를 알 수 있다"는 경험론 (empiricism)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성을 통해 진리를 알 수 있다"는 합리론 (rationalism)이었습니다.

경험론의 시조는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었습니다. 그는 진리를 알려면 세상을 잘 관찰하고, 그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진리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관찰만 하는 사람을 개미 (모으기만 하니까), 관찰은 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을 거미 (자기 머리 속에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니까), 그리고 관찰을 바탕으로 유용한 지식을 창조하는 사람을 꿀벌 (꽃에서 모은 단물로 꿀을 만드니까)에 비유했죠 . 그에 비해 프랑스의 철학자 르데 데카르트는 "진리의 확실한 기초"를 찾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확실한 기초 위에 논리적으로 건축한다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그가 찾아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는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였습니다. 즉, 나는 영화 매트릭스 속의 인간처럼 환상의 세계를 참된 세계로 믿고 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을 하는 이상 "나"라는 실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 것이죠.

우리는 경헙론과 합리론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국인의 중요한 특징은 no-nonsense, 즉 헛소리를 싫어하는 태도입니다. 이렇게 상식에 잘 맞는 사고를 하기 위해선 현실을 벗어나면 안되고, 그러기 위해선 생각을 먼저 하고 관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을 먼저 하고 관찰의 결과에 근거해서 생각을 해야죠. 그에 비해 프랑스인은 현실에 얽매이기 보다 이상에 맞는 세계를 건설하기 원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의 표현이 바로 프랑스 대혁명이었는데,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유, 평등, 박애의 원칙에 따라 국가를 새롭게 건설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영국은 지금까지도 귀족제도가 남았는데, 프랑스는 빠른 시일 내에 신분의 차별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경험론은 귀납법 (inductive method)에 의존을 합니다. 귀납법은 관찰에서 시작해 결론을 나중에 내리는 방법입니다. 그에 비해 합리론은 연역법 (deductive method)에 의존하죠. 연역법은 확실한 명제에서 시작해, 논리적으로 파생해 나가는 방법이죠. 귀납법의 문제는 관찰만 하다간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진정 관찰에 의존해서 결론을 내리려면 세상의 모든 케이스를 다 조사해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하기 마련이죠. 따라서 몇 가지 샘플만 놓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엄밀히 말해 이것은 "관찰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 "관찰자가 임의로 선정한 샘플에 의한 결론"이기에 경험론에 충실한다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역법의 문제는, 논리적으로 맞는 말 같아도 현실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칼 마르크스는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면 공산주의가 되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곧 무너지고 공산주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이는 너무도 논리적인 말이라 현실은 당연히 논리를 따라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진 지금, 마르크스의 논리적인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경험론과 합리론, 귀납법과 연역법의 대결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기에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중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분야에서는 합리론과 연역법이 훨씬 강세로 보입니다. 귀납법으로는 미래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현실은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그에 비해 합리론자들은 미래에 대해 대단히 자신있게 예측을 합니다. 몇년 전에 골드만 삭스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BRICs로 묶어서 "이 네 나라가 몇십년 안에 세계 경제를 주도하리라"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죠. 골드만 삭스가 점쟁이도 아니면서 이 나라들의 미래를 예측한 근거는 논리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합리주의자들은 논리를 근거로 하면 자잘한 현실의 변화를 뛰어 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최근 화제를 모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은 철저하게 경험론의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블랙 스완은 경험론자였던 데이비드 흄이 들었던 예인데, "눈에 보이는 백조가 모두 흰 색이라고 해도, 세상에 검은 백조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뜻이죠. 이 말은, 관찰만 해서는 일반론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미래가 이럴 것이다"는 식의 절대적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실제로 유럽인들이 호주를 발견한 후,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블랙 스완이 인기를 끄는 원인은 최근 예상 밖의 경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많이 나왔지만, 작년 9월부터 벌어진 일련의 사태 때문에 이러한 예측이 하나 같이 어긋났고, 이처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는 블랙 스완이 인기를 끈 것이지요.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예상을 하다가는 꼭 크게 틀리기 마련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요즘이야 말로 "경제가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주장이 많이 나오는 중입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꼭 논리적인 근거를 덧붙이고, 그 글을 읽는 사람은 "그래, 이러한 근거에서 나온 예측이니 분명히 맞겠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현실이 논리적인 예측에 맞게 움직이리라는 것은 합리론의 망상입니다. 언제보다 합리론의 권위가 떨어진 지금, 합리론에 근거해서 예측을 너무 믿으면 안되겠죠.

지금 상황은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경제 위기를 가장 잘 맞춘 외국의 저자들도, 경제 위기와 함께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은 하나같이 틀렸습니다. "미국이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달러화는 반대로 초강세를 보일 것이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맞을 수 없었던 것이죠. 앞으로도 경제에 대한 예측은 많이 나오겠지만, 아무리 그럴듯하게 들린다 할지라도 지나치게 신뢰하지는 말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제, 경제현실, 그리고 경제학
글쓴이 : 시나브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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