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가 없는 아이들
- cimio(09.06.27)
팝의 황제라고 불리던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를 아끼는 전 세계 많은 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제 또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춤을 따라 추며 자랐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 큰 슬픔을 느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에 그의 음악을 접한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뮤지션인지 알겠지만, 최근에 자라난 사람은 그의 음악보다는 그의 기이한 행동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문을 더 많이 접하였을 것입니다. 그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얼굴이 뒤틀렸고,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이제는 빚에 쪼들리는 파산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죠. 한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대스타가 이렇게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이클 잭슨은 광고를 촬영하다 화상을 입는 등 불행한 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의 삶에 일어난 안 좋은 일의 상당 부분은 그 자신이 초래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는 엄청난 재능을 바탕으로 많은 인기과 재산을 얻었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드러냈고, 이로 말미암아 과거의 명성이 많이 퇴색했죠.
마이클 잭슨이 스스로 삶을 망친 것은 그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서 성공했으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아니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렇게 어린 꼬마가 연예계에서 성공한 것은 50살 먹은 어른이 아이들 사이에 골목대장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즉, 그 세계에서는 대단한 부러움을 사겠지만, 당사자는 나이와 맞지 않는 일이기에 만족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Off The Wall로 재능을 인정 받았고, Thriller로 세계 음악계를 석권하며 팝의 황제로 우뚝 섭니다. 하지만, 그가 음악계에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할지라도 잃어버린 어린 시절은 그의 마음에 큰 공허감을 남겼고,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공허감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본능적으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상하기 위해 택한 행동들은 대부분 그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싸구려 언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죠.
인간에게 어린 시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소나 개 등 동물은 태어나서 1년쯤 지나면 거의 완전히 자라지만, 인간은 완전히 자라나는데 육체적으로는 15년 이상, 감정적으로는 20년 이상이 필요합니다. 과거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일을 시켰지만, 현재 대부분 국가는 아동 노동을 법으로 금지합니다. 이는 아이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뛰어놀거나 공부하지 못하고 일만 하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 어른이 되지 못하기에 결국 국가적으로 손해란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이러한 아동 노동 금지 원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두 분야는 연예계와 스포츠계인데, 특히 한국의 연예계와 스포츠계에선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이나 휴식을 보장하지 않고 지나친 일을 시키는 예가 많죠).
매리 윈(Marie Winn)은 아동기가 없는 아이들(Children without Childhood: Growing Up Too Fast in the World of Sex and Drugs)에서 요즘 아이들은 아이로서 누려야 할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어른의 세계에 지나치게 빨리 노출되고, 그 결과 불행한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아동기가 사라져가는 중요한 원인은 인터넷과 TV의 보급으로 어른들만 알아야 할 지식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죠. 이로 말미암아 아이들이 성에 대해 일찍 눈을 뜨면서 아동기의 특징인 "성에 눈뜨지 않은 상태"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양에선 10대의 임신 문제가 심각한데, 임신을 한다면 더는 어린이일 수 없고, 따라서 어른이 될 준비는 안되었지만 어린아이일 수도 없는 사각지대에 처하는 10대가 많습니다. 또한, 사회적 경쟁이 심해지면서 어린 아이들도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지고, 일찍부터 남보다 앞서기 위한 경쟁에 뛰어드는 현실도 아동기 실종의 중요한 원인이죠. 원래 한국의 아이들은 경쟁이 심한 가운데 자랐지만, 요즘은 서양에서도 아이들 간의 경쟁이 점차 심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과거에 유럽에선 아이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투쟁이 심했고, 그 결과 20세기에 여러 나라의 아이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아이들은 심한 경쟁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동기를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이죠.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심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슬프고, 이 아이들이 나중에 불행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도 안타깝습니다. 아이가 아이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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