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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채 위기는 정말 끝난 것인가? - 마포강변님 09.08.10

yygg 2009. 8. 10. 20:55

금융시장(실물 경제가 아님)만을 놓고 본다면 세계는 그 동안의 혼란을 극복하고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품시장을 필두로 주식시장이 그 뒤를 따라 연일 폭등하는 모습입니다. 세계는 경기가 바닥을 찍었으니 올해 주식시장이 얼마까지 오를까를 추정하느라 바쁩니다. 세계 주식시장은 마치 내기라도 하듯 끓어 올라 넘치기 일보직전 상황입니다. 모든 미디어는 장밋빛 전망 속에서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불안합니다. 이 모든 장밋빛 수사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겪었던 참혹한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덩치를 키워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8월 부채 위기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기 일보 직전까지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은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었습니다.


* 모건 스탠리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5%에서 3.5내지 4%로 낮춰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 리먼 브라더스는 2008년 말까지 적어도 17% 정도 주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발표가 있은 후 8일만에 리먼은 파산했다.


* 시티뱅크는 2008년에 주식시장이 10년 만에 최고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JP 모건은 2008년 주식시장이 11%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 즉, 개인과의 정보 비대칭성을 적극 이용해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목적은 분명합니다. 바로 물량 떠넘기기를 위해서 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자기만족은 허망한 결과를 낳습니다. 2008년 9월을 기점으로 주식시장, 상품시장은 수직낙하를 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남발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번 위기는 부채 위기입니다. 즉, 신용의 과도한 팽창이 만들어낸 파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현 상태에서 세계를 보면 겉으로는 파국의 국면이 수습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번 위기의 수습책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바로 새로운 부채를 무자비하게 경제 시스템에 주입하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빚이 너무 많아 힘들어하고 있는 집에 새로운 빚을 주어 일부 과거의 빚을 정산하고 그 나머지로 생활을 하게 하는 꼴입니다. 일단 겉으로는 이 가정은 평안해 보입니다. 돈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속을 까보면 이미 이 가정은 회생불능의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빚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일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생산적인 일은 현재 꿈도 못 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위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아는 데는 ‘내재 변동성’을 파악해 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내재 변동성이란 시장 참여자들이 그 시장이 얼마나 변동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말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현재의 가격이 향후 얼마나 변동할 것인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을 말합니다. 때문에 내재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리스크는 점점 커지게 됩니다. 리스크란 단순히 위험만을 의미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긍정적으로는 기회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회가 커질수록 그만큼 위험도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내재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돈이 안전 자산에서 벗어나 위험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박 판의 판돈이 커질수록 돈을 엄청 벌 수도 있으나 쪽박을 차기도 쉽습니다. 내재 변동성의 증가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즉,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따르는 더 많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의 금융시장은 내재 변동성이 거의 최고조에 달한 시장입니다. 즉, 판돈을 내고 판에 들어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꼬시고 있는 국면입니다.


올 해 3월부터 Fed에 의해 촉발된 경제의 ‘그린 슈트’ 분위기는 위험선호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자본은 점진적으로 그러나 공격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 국채에서 빠져 나와 상품시장을 거쳐 주식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결과 미 달러는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하고 현재 추가 하락이냐 혹은 상승이냐의 갈림길에 있는 형국입니다.


통상 FX 시장에서 변동성이 높은 통화로 호주 달러가 거론됩니다. 호주 달러는 유로가 1% 변화하면 2% 정도 변화하는 베타 계수가 높은 통화입니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아래 차트를 보시지요.


audusd 일봉.jpg

위 차트는 AUD/USD 1일 차트입니다. 작년 7월부터 작년 11월까지 AUD는 약 39% 하락했습니다. 그 후 올 3월까지 등락을 반복하다 현재 피보나치 되돌림 62%선까지 회복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점에서 현재까지 상승폭은 41%에 달합니다. 다시 설명하면, 공포심이 극에 달했던 하락폭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AUD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사인이 아닙니다. 현재 차트에서 보듯 AUD가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히 적은 상태입니다. 참여자의 90%가 롱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합니다. 그러나 리스크 선호로 인한 급격한 상승은 매우 조심해야 하는 국면입니다. 시장의 대다수가 상승을 외칠 때가 사실은 제일 위험한 국면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합니다. 굳이 AUD/USD 차트를 내세우는 이유는 이 차트가 안전과 위험의 실제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미국은 대규모 국채 입찰에 나섭니다. 그 규모는 대략 750억 달러에 달합니다. 11일 370억 달러, 12일 230억 달러 그리고 13일 150억 달러의 국채 입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미국 시간입니다. 미국은 이 국채 입찰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합니다. 그런데 입찰을 성공적으로 끝내려면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 현상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다시 돈을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도록 해야 합니다. 과연 미국은 달러의 약세를 그냥 방치할까요? 저는 단언하건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 모든 금융시장은 중대한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에서 8월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려면 미국의 과거 주식시장 차트를 살펴 보십시오. 공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첨부할 것은 이번 오버 슈팅은 8월을 넘기기 힘들 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애널들 대부분이 올 가을 폭발적인 랠리가 있을 것이라고 떠들고 있으나 저는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과도한 랠리는 반드시 조정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나 홀로 독주는 세상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브라질에서 배워야 합니다. 이번 부채 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아니라 브라질입니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남미의 국가가 어떻게 세계 속에 우뚝 서는가를 지켜보는 것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입니다. 정도를 걷는다는 것은 잠깐은 고통스럽지만 그 끝은 달콤한 기쁨입니다.

출처 : 미네르바 경제
글쓴이 : 일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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