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주장/정치 사회

[스크랩] 매트릭스와 한국경제, 그리고 서민들 - 케네디언(09.09.21)

yygg 2009. 9. 21. 19:15

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777102

 

 

 

매트릭스와 한국경제, 그리고 서민들

 

  • 케네디언  09.09.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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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Matrix).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해 전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에서 매트릭스는 기계에 의해 가상 현실을 진짜 현실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 체계를 뜻한다. 이 표현은 지난해 말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가 되풀이 언급한 뒤로 영화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폭넓게 알려졌다. 필자는 미네르바의 한국경제 분석보다 익명성이 주는 신비감과 함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라’라는 메시지가 훨씬 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믿는다.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장치는 ‘희생양 만들기’다. 검찰이 ‘미네르바 때문에 환율이 폭등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여기에 대해 피지배세력은 ‘음모론’으로 대응한다. 지배세력의 방해로 충분하고 체계적인 현실 이해가 어려운 피지배세력은 현재 자신이 겪는 고통이 ‘극소수 지배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현재의 전세계적 경제 위기를 ‘유태계 자본의 음모’로 보거나 미네르바가 ‘노란 토끼(엔화 자본)’가 한국을 싹쓸이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희생양 만들기와 음모론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현실의 문제를 단순화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벽에 투영된 인형극 놀이일 뿐이다. 동굴 벽에 투영된 그림자는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은 동굴 밖 찬란한 태양 아래 놓여 있다.


    한국 사회경제에도 분명히 매트릭스와 같은 현실이 있다. 그것은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이건회 회장 등이 무죄판결을 받은 현실에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명박대통령에게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수준으로 보고하고도 국민들에게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말한 사실에서, 또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광고를 주는 건설업체를 위한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신문들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워낙 복잡하고, 그것을 떠받치는 세력 또한 워낙 강고하므로 일반인들이 매트릭스를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끔 일반인들이 그 같은 매트릭스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가령 지난해 말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극에 이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증폭될 때이다. 미네르바의 주장이 그토록 많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상황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과 매트릭스가 어떤 식으로 구성돼 당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의 발달을 통한 집단지성의 발현은 많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매트릭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것은 한국의 정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생산하는 정부부터 많은 경우 정보를 통제하거나 왜곡한다. 현 정부 들어 그 같은 사례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또 정부 정책이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정보 유통 구조 또한 많이 일그러져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많은 사안에서 상당수 기득권 신문들은 자사의 기득권과 광고주, 그리고 그들 신문이 대변하는 기득권 세력을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자라 이명박 정부는 KBS와 YTN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MBC에 대해서는 민영화 위협과 PD수첩 제작팀의 검찰 수사 의뢰 등의 방법으로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방송 사수’를 기치로 내건 YTN 노조원들의 치열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주요 간부들이 낙하산 인사가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필자를 인터뷰하러 온 KBS 기자나 PD들 가운데는 ‘과거처럼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또는 뉴스를) 만들 수 없다’고 자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언론들이 정부의 거짓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일본 국민들이 제대로 경제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카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대본영의 발표만 전달했던 상황에 비유하며 버블 붕괴라는 ‘제2의 패전’ 뒤에 가려진 진실을 국민들이 보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금 한국 언론의 상황은 당시 일본 언론의 상황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일부 기득권 언론을 비판하는 매체들이 있지만, 충분한 깊이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런 언론들조차 ‘진보진영’ ‘개혁진영’으로 스스로를 표방하며 기득권세력을 은연중에 ‘보수세력’으로 미화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보수/진보의 낡은 이념틀에 가두고 진보를 대변하는 것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생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언론 또한 낡은 이념의 틀로 사람들의 정확한 인식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거대한 정책실패가 겹치면서 발발한 세계 및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신자유주의’ 등등 이념적 틀로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그들 언론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서는 비교적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경제 문제 등의 보도는 깊이와 전문성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들 신문 또한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이지만, 이들 언론의 기자들 가운데 한국 사회경제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낼 만한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이는 많지 않다. 또한 낡은 이념의 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정말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목소리인지도 의문이 든다.   


    다행히 쌍방향 정보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의 발달은 이 같은 정보 유통과정의 왜곡을 어느 정도 중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미디어가 만들어낸 왜곡된 컨텐츠를 대량 유포하는 통로가 되는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그나마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장이 돼온 인터넷 또한 검찰을 동원한 현 정부의 겁박에 밀려 무력화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그토록 활성화돼 있던 토론광장인 ‘아고라’를 첫 화면에서 감춘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보를 소비하는 수용자의 태도도 매우 왜곡돼 있다. 왜곡된 정보 생산과 유통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거기에 많은 이들이 길들여진 탓이다. 예를 들어, 현 정부를 비판하면 그 논리를 따지기 전에 정치적 또는 이념적 색깔부터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 이 아고라 게시판의 일부 사람들처럼 그 논리적 근거를 보기보다 ‘집이 없으니 배 아파서 그러느냐’는 인신공격이 이어진다.  


    이 같은 정보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중요한 사회경제적 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생기는 폐해는 매우 크다. 소비자나 투자자로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면 공급자인 기업과 그 기업의 내부자들에게 판판이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사기와 선동질이 난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권자로서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없다. 그 같은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다. 이미 여야와 좌우를 떠나 많은 국민들이 ‘속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현 정부에 큰 기대를 안 했겠지만, 국정운영 수준의 저열함과 비열함, 퇴행적인 행태에 치를 떨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올바른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잘 알기에 한국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알리는 작업을 필생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필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또 필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 2권은 9월말경 출간될 예정입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요즘 위의 문구 때문에 일부 안티분들을 중심으로 비판하시는데요. 제가 책을 쓴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저자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뜻을 알리기 위해 책을 내놓고는 점잔뺀답시고 가만 있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위선적인 것 아닌가요? 물론 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분들은(지금까지 경험으로는 그런 분들 대부분이 부동산 문제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분들이더군요) 다른 많은 분들이 제 생각을 접하기를 원치 않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장막을 뚫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글 쓰기와 책 쓰기, 그리고 책 홍보에 정진할 생각입니다. 다만, 위험한 경제학의 내용들은 평소 상당 부분 제가 아고라에 써온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일인이 쓴 글인데 그 형식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면 얼마나 달라지겠습니까? 물론 책 출간을 위해 별도로 쓴 원고들도 상당 부분 있지만, 아고라나 우리 연구소포럼에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은 굳이 사서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아직 제 생각을 잘 모르는 분들이나, 전체적인 기획과 구성 아래 제 생각의 맥락을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글을 쓰면 늘 1,2,3번째로 반대를 눌러주시고 댓글도 열심히 달아주시는 '미치겠다'와 '강가딘', '두더지'님 안티 3인방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보면 철자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셨던데 그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많은 글을 쓰려면 얼마나 심적으로 부담되겠습니까? 그런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활동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외 제가 닉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활동해주시는 다른 몇몇 안티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오늘 댓글 출석이 좀 늦네요. 이 글 때문에 그런가? 그러면 재미 없는데...^^;)여러분들의 활동 덕분에 저도 웬만한 스타가 아니면 못 가진다는 열혈 안티팬들을 가지게 됐고 좀더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글을 쓸 때마다 여러분들까지 저의 생각에 동조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분발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게는 여러분들이 매트릭스에 갇혀 있는 서민들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일도 안 하시고 거의 하루종일 아고라에서 사시던데 다른 수입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실례가 안 된다면 정말 수고하신다는 의미로 식사 대접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정말 진심이니 기회가 되면 꼭 연락주십시오. 제 이메일 주소는 battiman@daum.net 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출처 : 경제, 경제현실, 그리고 경제학
    글쓴이 : 경세지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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