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신경과 이시형(李時炯)박사는 경북고 34회다. 『경북중-경북고-경북의대를 나왔으니 순종 중의 순종』이라고 웃는 그에게 대구사람과 경북고 인맥의 특성을 진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하는 그의 이야기를 간추린 것이다. 「경북의 북부지방은 개화가 가장 늦었던 곳이다. 유교문화, 양반문화가 오래 이어져 온 지역이다. 고을마다 서당문화가 꽃피웠고 문중이 대단한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었다. 자부심의 한 기준은 출세, 즉 과거를 통한 관계(官界)진출이었다. 조선조후기에 경북지방은 중앙관직에서 소외돼 있었는데, 그것이 한 맺혀서인지 척박한 땅에서 인재에 대한 교육 투자가 높았고 그것은 출세의욕, 즉 권력 지향적인 성향으로 나타났다. 경북고의 학풍도 관직을 가장 중시하는 방향이었고, 이것은 법대지원자가 많다는 것으로 입증된다.
경북고 출신들은 참모형으로 적격인 것 같다. 경북고 출신들이 윗사람을 모시는 태도는 진지하다. 상관의 말을 경청하는 경북고 사람들의 성실한 자세를 보고 있으면 상관이 믿고 부릴 수 있는 부하로서는 적격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몸에 밴 유교문화 덕분이겠는데, 경북고 사람들이 조직 속에서 잘 적응하는 이유도 이런 예의범절 덕분이 아닐까 한다. 대구사람들의 어리광은 대단하다. 윗사람에게 응석을 부리는 기술이 뛰어난데, 이것은 상하간의 신뢰관계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딱딱한 상하관계를 중화시키는 이런 어리광 때문에 대구사람들은 인간관계가 대체로 좋은 것 같다.
대구사람들의 단점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다가 보니 공과 사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법률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금전문제를 송사로 해결하려고 하면 욕을 먹는 게 대구사회이다. 서로 잘 알고 지내니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오기가 강한 것도 특징이다. 대구청년회의소에서 『남의 말 좋게 합시다』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다」
자가용승용차는 대구가 40명에 한대 꼴이고 부산은 50명에 한 대 꼴이다. 李時炯박사는 『대구시민들의 소비성향이 높은 것은 부의 축적이 크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면사회에서 남에게 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기인한 허례의식으로서 사치풍조가 퍼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
경북고 인맥의 최대 거두가 된 金成坤(쌍용차)도 여운형(呂運亨)이 주도한 건준계열의 경북인민위원회 재정부장이었다.
대구사범 출신인 朴正熙는, 동창들이 대부분 교사직으로 진출했으므로 동문으로부터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황용주(黃龍珠), 조증출(曺增出), 왕학수(王學洙), 서정귀(徐延貴)씨등 대구사범 동기생들의 자문을 받기도 했으나 인재의 풀로서는 대구고보만한 용량을 가진 학교가 없었다.
金成坤씨 등 3명이 정치자금의 모집창구를 분할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권의 분할을 뜻했다. 1971년에 서울지하철건설 입찰이 있었다. 미쓰비시 등 일본의 상사연합에 낙찰됐다. 일본회사들은 일본국내 가격보다 두 배나 비싸게 한국에 차량을 팔아 약 19억 엔을 남겼고, 이 가운데 9억7천만 엔을 金成坤씨에게 커미션 및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불했음이 뒤에 밝혀졌다. 1969년에 걸프에 대해 1천만 달러의 정치헌금을 요구했던 것도 金成坤이었다. 봅 도시 걸프 회장은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 『金成坤은 내 평생에 처음 보는 거칠고 깐깐한 자금모집책이었다. 그날처럼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모욕 값인지 모르지만 도시는 3백만 달러로 깎아 공화당에 정치헌금했던 것이다.
泰愚·朴哲彦씨가 추진하려 하고 있는 내각제개헌의 골자도 20년 전 金成坤씨의 구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경북고 인맥의 역사에서 볼 때 이번은 두 번째의 도전인 셈이다. 그런데 경북고 인맥의 특성을 살펴보면 내각제적인 문화를 발견할 수가 있다. 경북고사람들은 참모형 인간이 많은 것
노태우 대통령을 공공연하게 비판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단합된 힘으로 밀어준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많다. 끈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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