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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출구 전략 성공할 수 있을까? - cimio (09.10.07)

yygg 2010. 3. 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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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전략 성공할 수 있을까?

 

cimio 09.10.07

 

 

 

10월 6일 주식 시장은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호주의 기준금리인상이 중요한 까닭은 이것이 세계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중앙은행에서 풀었던 유동성을 거두어 들이는 정책을 뜻합니다. 작년 가을 이후로 경제위기에 처한 각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는데, 이제 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 돈을 다시 거두어들이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출구전략을 실행한 나라가 없었지만, 호주가 시작한 이상 많은 나라가 출구전략을 쓰리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이론대로라면 유동성 공급과 출구전략을 잘만 쓰면 경제위기를 그리 힘들지 않게 끝낼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돈이 부족한 시중에 돈이 돌면서 수요가 촉진되고, 이로 말미암아 경기 전체가 살아나기 마련이고, 일단 경기가 살아나고 나면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해 경기과열을 막으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동성 공급과 출구전략이 이론대로 움직이질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대 초반 미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뒤이은 출구전략이죠.

2000년에 들어 닷컴 버블이 터지고, 곧이어 9/11사태가 나면서 미국은 불황을 맞게 됩니다. 당시 FRB 의장이던 그린스펀은 유동성을 공급해 불황과 맞섭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불황은 금방 끝났지만, 시중에 넘처 나는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합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그린스펀은 다시 금리를 낮추는데, 그러자 폭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였고,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파생금융상품을 타고 금융권 전체를 부실로 몰고 갔고, 결국 이는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원인이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FRB의 출구전략은 이미 2006년에 실행되었는데 2000년대 초반에 풀린 돈은 시차를 두고 2008년까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한번 흘러나간 돈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짐작하기 어려운 법이죠.

자산가격은 경기가 좋으면 오르고, 경기가 나쁘면 내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기와 상관없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자산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나쁜데 유동성 때문에 자산가격이 올랐다면, 유동성이 줄어들면 자산가격은 폭락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유동성을 조금 공급해서 경기를 살리고, 유동성을 조금 줄여서 경기과열을 막는다는 생각은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유동성이 많이 풀려 경기가 과열된 상태에서 유동성을 조금 줄였다간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죠.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리고 줄이는 것도 문제지만, 여기다가 정부의 개입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중요한 사명으로 하기 때문에 경기가 과열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지만, 정부는 물가상승보다는 경기침체를 더 무서워하기에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쓰려고 하면 정부가 이를 제동할 수 있습니다(특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쉽죠). 그러면 유동성은 위험할 정도로 많이 풀리게 되고, 결국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은 출구전략을 검토하겠다는데,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다."는 입장을 반복합니다. 즉, 정부는 물가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유동성을 최대한 늘려 불황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은 G20국가 중 출구전략을 가장 늦게 쓰는 국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지금 경제 상황은 모래밭에다 기초도 없이 임시 건물을 세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초가 없으니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이라 불안한지라 중앙은행은 "그만짓자."는데, 정부는 "기초 없어도 이 정도는 문제없다."며 계속 지으라고 종용하는 꼴이죠. 물론 정부의 말이 맞는다면 좋지만, 제가 보기에 이는 대단히 위험한 정책입니다. 일단 중앙은행이 위기를 막겠다고 개입한 이상 출구전략을 잘 써도 시장이 정상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정부까지 나서 출구전략도 제때 쓰지 못한다면 정말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유동성 공급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경제, 경제현실, 그리고 경제학
글쓴이 : 시나브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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