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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실 혹은 거짓 (Nothing But The Truth, 2008)

yygg 2010. 7. 4. 23:11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의 명분이 '대량 살상 무기 제거'였는데,

이라크를 침공하고 나서 보니 대량 살상 무기는 없었다.

샅샅이 뒤져도 없었다.

그럼 왜 침공한 건가?

그래서 사람들은 석유 때문에 그런 건가,

미국인들은 부시가 자신들을 속인 걸 알면서도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이면의 동기에 대해서

암묵적인 동의를 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것은 영화 '그린 존(2010)'이다.)

 

그래도 그렇지 미국의 기자들은 무얼 했단 말인가?

분명히 '이건 아니다'하는 내부 고발자가 있었을 것이고,

내부 고발자로부터 정보를 입수했을 것인데,

왜 그것을 공론화하지 않았단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든다.

 

그런데 '진실 혹은 거짓(2008)' 영화를 보면 그런 의문이 다소 풀린다.

영어 제목을 보면 '진실 밖에는 없어'라고 되어 있는데,

영화의 내용을 보면, '진실 이외에는 나머지를 잃어도 좋아'로 해석된다.

영화 속 상황은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암살 미수 사건을 겪는데,

미국은 이것을 베네수엘라 정부의 잘못으로 뒤집어 씌우고 베네수엘라를 침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중남미의 여러 나라를 침공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이라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어려우므로

더 오래된 사건에서 소재를 취한 우회적 선택인 듯하다.)

기자가 대통령의 명백한 잘못에 관한 보도를 하자 미국 정부는 발칵 뒤집힌다.

그 보도를 가능하게 한 내부 고발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에서는 그 내부 고발자를 죄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기사를 쓴 레이첼 기자는 제보자를 실토하도록 강요를 받는 과정에서 1년 이상의 감옥살이를 한다.

감옥살이의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된 정보국 요원은 미치광이 우익 남자에게 암살당하고,

기자의 남편은 외도를 하고, 기자의 어린 아들은 말수를 잃어간다.

회사에서도 소송 비용에 부담을 느껴서 점점 손을 떼려고 하고...

분명 정부는 불법적인 압박을 하지 않고서도

당사자가 두손 두발 다 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단 한 번도 영화 진행 중에

대통령의 결정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서 논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자가  자신의 제보자를 지키기 위해서 영웅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만 싶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잘잘못에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데, 자기 검열의 냄새가 느껴진다.

 

미국에도 진실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 사람들도 권력의 자기장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곳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언론은 무한히 자유롭지만,

그곳도 권력의 문제나 국가 안보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서운' 곳이다.

옳고 그름의 논의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더군다나 영화가 발표된 것은 부시 대통령 집권 7년차이고, 영화가 제작되었을 때는 부시 집권 6년차였을 테니까.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편린이

영화 속 여기자에게서 느껴졌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그 여기자를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영화 속에서 레이첼 기자를 돕는 변호사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위대한 사람은 그 사람이 원칙 자체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잘하는 양반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부시가 집권했던 8년이 미국에게 어떤 시절이었는지 다소 짐작이 되었다.

 

아~ 우리나라는 어떤가?

 

 

* 고자질은 나쁜 거잖아요. / 때리는 것이 나쁜 거란다. (레이첼과 이웃 어린 아이의 대화)

* 기사를 쓸 때 가명으로 썼으면 어땠을까?

* 말릴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 잘못된 것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 걸까? 

 

 

 

 

 

 

 

 

진실 혹은 거짓 (Nothing But The Truth, 2008)  

 http://wandoocong.egloos.com/5265901

 

 

진실 혹은 거짓 (Nothing But The Truth, 2008)


장르 : 드라마, 스릴러
국가 : 미국
시간 : 108분
감독 : 로드 루리
출연 : 케이트 베킨세일(레이첼 암스트롱), 맷 딜런(패튼 두뵈스), 안젤라 바셋(보니 벤자민)

오랜만에 정말 좋은 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요즘 고전..까지는 아니어도 옛날 영화에 빠져서, 왠지 가벼운 느낌의 현대영화가 좀 질린 상태였는데...이런게 있었군요. 현대영화는 뭔가 전문적이면서 생각할꺼리를 남겨주더군요.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제목부터 뭔가 굉장히 식상한 듯한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보면 볼 수록 빠지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법정 스토리가 가미된 스릴러다보니 눈이 즐거운 장면은 따로 없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다 머릿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에게 타이르는 엄마의 말, 고자질을 한다고 다 나쁜건 아니라는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져버릴 수 없다는 그녀의 눈빛. 어느것 하나 놓치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현대영화를 만났고, 보면서 나 자신을 여러번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그녀가...신념이 가득한 그녀의 의지가 너무나도 부러웠답니다.
by 토끼 | 2010/05/11 01:04 | · 삼거리극장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그러나 at 2010/05/22 19:58
작은 여자애가 흘려 준 이야기 하나로 기사거리로 삼은 그 여자의 모습은 승냥이죠
그 여자애의 엄마까지 죽이는 결과를 .....현대 저너리스트들의 괴물 같은 모습을 꼬집는 영화였죠
Commented by 토끼 at 2010/05/23 22:26
그런점도 있었지만 전 그렇게만 느끼지는 않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참 안타까운 현실이되었지만 누구하나 그런점을 밝혀내지 않는다면, 언론은 어떻게 될까 싶어요.
Commented by 이런,,, at 2010/06/02 13:03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어린 딸이 엄마의 비밀을 밝혔고, 처음엔 기사의 신뢰성을 지키고, 자신의 기자 정신도 돋보이게 하고, 그 어린 딸도 약간은 걱정이 되서 정보제공자를 안 밝힌다. 갑자기 그 엄마가 괴한에 살해 된 이후 그 딸의 안부 를 물으며 걱정한다. 이 후 부터는 어린 딸이 엄마의 비밀을 폭로해서 자신의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회 전체로부터 그 어린 딸이 받게 될 충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2년형을 받아 들인다.
Commented by 토끼 at 2010/06/02 14:31
그러니깐 그 모든게 신의에 포함된게 아닐까요? 저랑 같은 내용을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글을 잘 못쓴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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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20세기 미국이 개입된 전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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