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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니티 페어(2004)

yygg 2009. 11. 29. 13:15

고등학교 때 여자 영어 선생님이 이름을 언급했을 뿐인 소설을 지금껏 궁금해하다가

영화로 작품을 접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 영어 선생님을 포함해 모든 여인들은

베키 샤프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베키 샤프라는 여성의 캐릭터에 관한 영화이다.

원작 소설은 나중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라는 캐릭터를 낳았다고 하는데...

 

영화 소감은 이렇다. 

근대의 영국.

베키 샤프라는 소녀로부터 출발한다.

베키의 아버지는 화가이고, 베키의 어머니는 서커스단의 오페라 가수이다.

그림을 수집하는 부자, 스타인이 베키의 아버지에게서 베키의 어머니를 그린 그림을 산다.

어쩌면 스타인은 그녀의 엄마를 좋아했을지 모른다.

스타인은 베키의 어머니 그림을 산다. 그리고 그 물건에 비싼 값을 부른 베키를 유심히 본다.

남성 부자들은 어린 여인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베키 샤프는 나중에 에티켓 학교를 들어간다.

나는 거기가 무슨 고아원인줄 알았는데, 가정교사로 갈 수 있을 정도라면, 고아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베키의 장기는 음악, 미술, 불어였는데,

그 당시 영국에서는 이 셋이면 충분한 교양이자 환상이었을 것이다.

 

베키는 가는 곳마다 남성 한둘을 현혹시킨다.

가는 곳마다.

노래와 음악, 그림과 불어.

자신을 신비화시키기 좋은 여건이다.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해 필요한 남자들.

이 부분에서 에비타가 떠오르는데...

출세의 끈이었던 아멜리아, 베키는 그녀의 남편 조지를 유혹하고,

베키를 경멸했던 조지는 나중에 베키를 유혹한다. 

아멜리아가 임신을 했고 조지가 전투에 나가기 전날,

아멜리아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춤추는 것을 보았다. 그때 베키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 조지는 전쟁터에서 죽으며, 아멜리아는 평생 혼자 산다.

아멜리아는 조지만을 전부로 아는 우아하고 정숙한 여자로 그려진다.

아멜리아만을 사랑하는 남자는 평생 아멜리아의 친구로 지낸다. 여자의 로망이다.

나중에 베키가 아멜리아에게 조지의 쪽지를 보여주고 나서야 아멜리아는 남자 친구에게 달려간다.

 

베키는 스타인의 집요한 유혹에 몸을 맡긴다.

싫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로든에게 발각된다. 로든은 분노해서 이별을 선언한다.

로든은 열대우림에서 병으로 죽는다.

 

베키는 자신의 적성을 살려 어느 도박장에서 지낸다.

그러던 중 아멜리아의 오빠가 찾아온다.

우둔하게 생긴 그 남자는 평생 베키를 사모해 왔다.

이미 젊었을 때 호리어 놓았기 때문에 필요한 건 시간의 경과일 뿐이었다.

 

베키는 하나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에 대해서 별 열의도 없다.

다만 여러 남자를 거쳤다.

그녀의 허영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고

호기심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다.

 

허영을 상품화하여 사고 파는 시장.

일단 허영에 매혹을 느낀 자들은

자신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기 전까지는

허영에 대한 매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 참고 자료

Vanity Fair(출처http://cafe.daum.net/beaucoupdevoirs/QJQH/15)
 Thackeray는 직접 그의 책에 삽화를 넣었다. 속물들에 관한 그의 책은 사회적 출세주의자들을 다양한 묘미로 그리고 있다. 중산층의 증가하는 부는 젠트리 계층과의 비참한 충돌을 일으켰다. 사회적 신분 상승의 오래된 주제는 Jane Austen 시대에 명백해 지고, Disraeli 때 오르는 경향이 있으며, Trollope에 의해서 철저히 검토되어진다. 유명한 영국의 선취에 관한 고전적인 풍자가 바로 A Novel without a Hero라는 부제가 붙은 Vanity Fair다. 이것은 사회적 상승자의 용감함인 Becky Sharp의 사회적 신분을 따른다. 이것들은 모든 부분에서 주식 중매인의 딸 Amelia Sedley과 대조를 이룬다. Becky는 예술가와 프랑스 오페라 무용수의 고아이다. 1장에서, Becky는 Miss Pinkerton의 아카데미 밖에서 그녀의 친구 Amelia의 마차에 앉아 있을 때, 그녀는 Johnson의 Dictionary를 받았다. 그들이 떠나자 Becky는 그것을 창문 밖으로 내던진다. 그녀는 가정교사가 되길 의도하지 않았다. Becky를 매혹한 첫 번째 남자는 부유하지만 우둔하고 비겁한 Amelia의 오빠 Jos이다. Becky는 날카롭고 지조없지만, Amelia는 온순하고 품위있지만 약간 바보 같다. Amelia는 잘생긴 Lt George Osborne과 결혼하기를 바란다. 서기1815년 3월, Napoleon이 Cannes을 점령했고, 루이 18세는 실추되었으며, 모근 유럽은 혼란에 빠졌고, 국채는 바닥났으며, John Sedley는 파멸되었다. 그의 아버지의 의지에 반하여, George Osborne은 아주 가난한 Amelia와 결혼했다. 그것은 실수였다. Becky가 Sir Pitt Crawley 가의 가정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매혹시켜 그 거칠고 버릇없는 사람이 그녀에게 청혼했다. Becky는 형편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손을 부정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Sir Pitt가의 방탕자인 Rawdon이 그의 숙모의 부유한 재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그와 몰래 결혼했다. Sir Pitt의 아내는 과부가 되길 곧 바라게 되었다. Mrs Crawley는 도박에 빠졌다. 섭정의 사회에서는 돈과 기쁨에 의해서 흘러가는 지도 모른다.
 몇몇의 소설이 Vanity Fair만큼 감동시킨다. 우리는 Becky가 눈에 띄는 도움없이 높은 곳을 오르는 것을 보았다. 이 소설의 사회적 장면들, 국부적인 상술과 극적 효과는 Ben Jonson의 코미디와 비슷한 행동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빠른 설명을 동반하고 중간 계층에게 호소한다. Thackeray는 매를 때리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아내들은 그들의 남편을 따라 Brussel과 Waterloo의 전날 밤에 백작부인 Richmond의 파티에 갔다. Amelia는 Becky와 눈이 맞아 도망간 George를 사랑한다고 고집했다. 마침내 Brussel에서 어떠한 발포도 없었다. 들판과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Amelia는 George를 위해 기도했다.
 절정에 가서는, Rawdon이 그녀의 보호자인 후작 Steyne과 있는 Becky를 발견한다. 그는 그녀의 가슴 부분의 다이아몬드 장식품을 뜯어내어 Steyne에게 집어 던진다. 그것은 그의 이마를 갈라 놓았다. Steyne의 흉터는 죽는 날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Becky는 그녀가 무죄라고 외쳤다. 그러나 누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것인가? 그 뒤 면목없는 결말이 따른다. Steyne은 Rawdon의 결투의 도전을 선취한다. Becky는 Paris와 Pumpernickel에서 그녀의 행복을 추구한다. Becky가 무죄인지 아닌지 또는 Amelia에게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은 흥미로운 도덕적 질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덧없음과 선량에 진귀함에 비해 덜 명확하다. 활발한 서술부에서, 드라마는 반어와 비꼬는 감정, 환희, 슬픔으로 서로 엇갈린다. Thackeray의 돌격과 재치는 정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창출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좀 더 도덕적이고 인정적이며 몹시 감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상투적인 감정과 도덕성에 환멸을 느낀 그의 표출은 그것이 더 표준적임 을 내포하고 있다.
 Mrs Lynn Lynton은 인간 본성의 결점과 약점을 분명히 본 Thackeray는 관대하고 너그러우며 인간을 사랑한다고 적었다. Dickens는 매우 덜 창조적이고 자기 확신이 없으며 한 인간으로서 덜 동정적인 사람이다. Thomas Babington Macaulay는 다른 비교를 했다. Thackeray와 Dickens는 비판적인 푸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 사람은 백작부인의 비웃음을 먹고 살았고 또 한 사람은 여성들의 짓 눈물을 먹고 살았다. 역사가는 그들의 인기 때문에 마음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포스터랑 다른 소감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http://blog.naver.com/caitlin1004/100010129082

 

 

 

 

 

 

 

전북대 영문과 어떤 학생의 글

 

William Makepeace Thackeray


1811. 7. 18 캘커타~1863. 12. 24 런던.

영국의 소설가.


나폴레옹 시대의 영국을 그린 소설 〈허영의 시장 Vanity Fair〉(1847~48)과, 18세기초를 배경으로 한 〈헨리 에스먼드 이야기 The History of Henry Esmond, Esq.〉(1852)가 그의 대표작이다.


동인도회사 관리자였던 리치먼드 새커리의 외아들로 태어나 1815년 아버지가 죽자 1816년 영국 으로 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1817년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부터 사랑했던 기술관과 재혼한 뒤 1820년 새커리와 함께 살았다. 그는 그래머 스쿨을 몇 군데 다닌 뒤 1822년 런던의 사립학교인 차터하우스에 들어가 그곳에서 외롭고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1828~30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동안은 이전보다 훨씬 잘 지냈지만, 학위를 받지 못한 채 1830년에 중퇴하고 1831~33년에는 런던의 미들템플 법학원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그뒤 직업화가가 되려고도 했는데, 그의 예술적인 재능은 익살스럽고 활기찬 삽화가 붙은 편지나 초기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1832년에 성년이 되면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만 파운드 유산으로 어설픈 예술가 행세를 했다. 그러나 도박과 투기로 곧 돈을 모두 잃었다. 1836년 파리에서 그림공부를 하던 중 무일푼의 아일랜드 처녀와 결혼했는데, 그의 계부가 한 신문사를 인수해 그를 파리 통신원으로 눌러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1837년 신문사가 망한 뒤 아내와 런던의 블룸즈버리로 돌아와 직업기자로 많은 글을 열심히 썼다.


새커리에게는 딸이 셋 있었는데, 1명은 어릴 때 죽었다(1839). 새커리 부인은 막내딸을 낳은 뒤 1840년에 정신이상이 되어 회복하지 못한 채 시골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냈는데, 남편보다 더 오래 살았다. 홀아비나 다름없게 된 새커리는 사교모임에 자주 나갔고, 딸들에게 점점 정을 쏟아 1846년에는 그들을 위해 런던에 집을 장만했다. 1847~48년에 〈허영의 시장〉을 연재물로 출판하면서 명성과 재산을 얻고 그때부터 소설가로 기반을 굳혔다. 그는 말년에 제인 브룩필드라는 여자에게 진지하고 낭만적인 연정을 느꼈는데, 이 일은 그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녀는 그가 케임브리지 시절 사귄 친구의 아내였으며, 새커리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홀아비 시절'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1851년 헨리 브룩필드가 자기 아내와 새커리 사이의 열렬한 정신적 교제를 끝내라고 주장했을 때 새커리는 아내가 정신이상이 된 이후 가장 큰 슬픔을 느꼈다.


미국에서 〈18세기 영국의 유머 작가 The English Humorists of the 18th Century〉(1852~53, 출판 1853)·〈4명의 조지 The Four Georges〉(1855~56, 출판 1860)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여행으로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 그러나 1856년 이후에는 런던에 정착했다. 1857년 하원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전에 친하게 지내던 경쟁자 디킨스와 소위 '개릭클럽 사건'(1858)으로 싸웠으며, 1860년에는 〈콘힐 매거진 The Cornhill Magazine〉을 창간하여 직접 편집을 맡았다. 1863년에 그가 죽은 뒤 기념동상이 웨스트민스터 대수도원에 세워졌다.


세커리의 작품세계

19세기는 잡지의 시대였다. 잡지는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발전했다. 1830년대 후반에 새커리는 〈프레이저스 매거진 Fraser's Magazine〉·〈뉴 먼슬리 매거진 The New Monthly Magazine〉· 〈펀치 Punch〉지 등에 다양한 내용의 글을 기고하여 유명해졌다. 그는 글에 이름을 붙이지 않거나 마이클 앤젤로 티트마시, 피츠부들, 뚱뚱한 기고가, 아이키 솔로몬스 같은 필명을 썼다. 새커리는 이무렵의 글 중 좋은 것들을 모아 〈문집 Miscellanies〉(4권, 1855~57)을 엮어냈는데 이 속에 들어 있는 〈옐로플러시 보고서 The Yellowplush Correspondence〉는 젊은 런던 토박이 하인의 회고담과 일기로서, 그 특유의 어휘와 말투 그대로 씌어졌다. 〈게이허건 소령 Major Gahagan〉(1838~39)은 인도의 군대생활을 가상적으로 다룬 글이며, 〈캐서린 Catherine〉(1839~40)은 당시 범죄와 밑바닥 생활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인기 있는 '뉴게이트 소설'을 익살스럽게 모방한 것으로 그 자체가 꽤 실감 있는 범죄소설이다. 〈새뮤얼 티트마시와 호가티 다이아몬드 이야기 The History of Samuel Titmarsh and the Great Hoggarty Diamond〉(1841)에서 다룬 젊은이의 결혼생활은 나중에 〈필립 Philip〉에서 다시 다루어진다. 〈배리 린던의 행운 The Luck of Barry Lyndon〉(1844, 〈배리 린던의 회고담 The Memoirs of Barry Lyndon〉으로 1856년 개정)은 역사소설로서, 그가 쓴 최초의 본격 소설이다. 〈배리 린던의 회고담〉은 가학적인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속도감 있고 풍자적인 이야기로서, 〈허영의 시장〉을 비롯한 대작 역사소설을 쓰기 위한 실험작이다. 〈속물들의 책 The Book of Snobs〉(1848)은 〈펀치〉지에 발표하여 성공한 〈영국의 속물들 The Snobs of England, by one of Themselves〉(1846~47) 같은 글을 모은 책으로서, 런던 사람들의 특징을 날카롭게 묘사하는 새커리의 특징적 문체가 잘 나타나 있다. 1855년 크리스마스 책으로 나온 〈장미와 반지 The Rose and the Ring〉는 그의 몇몇 시처럼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다. 훌륭한 산문작가들처럼 그도 가벼운 시와 발라드를 짓는 솜씨가 뛰어났다.


본명으로 발표한 첫 작품 〈허영의 시장〉은 디킨스처럼 일정한 분량을 매달 시리즈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출판되었다. 이 소설은 섭정시대인 1820년대를 배경으로 어밀리어 세들리와 베키 샤프라는 대조적인 두 여자의 얽히고 설킨 운명을 다루고 있다. 절개가 없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신분상승을 노리는 베키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새커리가 창조한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었듯이 이 소설에는 주인공다운 인물이 없다. 새커리는 이 소설의 목적이 "인간은 대부분……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허영을 좇는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에서 수동적인 성격의 부유한 양가집 처녀 어밀리어아 세들리와, 야심 많고 활동적이며 간교하고 도발적인 성격의 가난한 화가의 딸로서 천성적으로 비도덕적인 베키 샤프는 운명이나 삶에 대응하는 자세에서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성격 대조가 단순히 도덕적인 선과 악의 대조인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둘 다 공감할 부분이 있다. 베키의 주위에는 중상류층이나 귀족가문 출신의 남자들이 있다. 어밀리어는 조지 오즈번과 결혼하지만, 조지는 워털루 전쟁에서 전사하기 직전 어밀리어를 버리고 베키를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베키는 온갖 수단을 다해 사교계에 진출하여 좋은 가문 출신의 젊은 장교 로든 크롤리와 결혼하려 한다. 크롤리는 환멸을 느끼고 마침내 베키 곁을 떠나며, 결국은 미덕이 승리해 어밀리어는 그녀를 일생 동안 흠모한 커널 더빈 대령과 결혼하고, 베키는 마음을 잡아 선한 일을 한다.


〈허영의 시장〉은 19세기초 영국 사회의 전경을 생동감 있는 사건 전개와 화려한 문체로 그려낸 새커리의 최고 걸작이다. 서술기법, 섬세한 인물묘사, 뛰어난 표현력으로 이 소설은 당대의 최고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특정 사회의 묘사나 상상을 통한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양면적인 인간의 동기를 미묘하게 의식함으로써 "아! 헛되고 헛된 것! 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행복한가? 누가 욕망을 가졌으며, 가졌다 한들 만족할 수 있겠는가?"라는 새커리의 결론을 이해하게 한다. 〈허영의 시장〉은 그 비극적인 아이러니 때문에 인간의 야심과 경험에 대한 지속적이며 통찰력 있는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허영의 시장〉이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진 새커리는 이 작품에서 선보인 2가지 재능, 즉 런던 정경을 환기시키는 재능과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역사소설을 쓰는 재능을 계속 개발했다. 첫번째 재능을 발휘한 〈펜더니스 이야기 The History of Pendennis〉(1848~50)는 그 일부를 지어낸 자서전이다. 이 작품은 아서 펜더니스라는 젊은이의 첫 사랑과 '옥스브리지대학교' 시절, 런던에서의 기자생활 등을 통해 공감이 가는 젊은이의 초상을 그렸다.


역사소설 〈헨리 에스먼드 이야기〉(3권, 1852)의 배경은 앤 여왕 시대이다. 〈펜더니스 이야기〉가 형식이 없고 산만하다는 비평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헨리 에스먼드 이야기〉는 매우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형식을 갖춘 플롯을 구성했다. 에스먼드가 화자(話者)인 이 이야기는 그가 12세 때인 1691년부터 시작하여 1718년에 끝이 난다. 사건이 복잡하지만, 당시 런던 사교계와 정계에서 두드러진 인물인 베아트릭스와 에스먼드를 구심점으로 통일성을 갖추었다. 베아트릭스는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지 귀여운 아이로 나오지만, 자라면서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힘을 발휘하는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다. 새커리가 창조한 뛰어난 인물 가운데 하나인 그녀는 정서적으로 까다롭고 위압적인 새로운 유형의 여주인공으로서 미덕의 화신은 아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용감하며 귀족적인 군인 에스먼드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에는 환멸을 느낀다. 베아트릭스의 부모 캐슬우드 부부에게 보살핌을 받은 고아 헨리는 처음에는 캐슬우드 부인을 어머니로서 존경하다가 성장한 뒤에는 마침내 그녀와 결혼한다. 18세기 산문체를 모방한 이 소설은 지난 시대의 영국 분위기를 가장 잘 재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평가는 좋지 않았고, 특히 에스먼드가 캐슬우드 부인과 결혼한 부분은 비난받았다. 조지 엘리엇은 이 소설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불쾌한 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끝내는 뛰어난 영국 역사소설로 인정받게 되었다.


〈뉴컴가(家) The Newcomes〉(1853~55)에서 새커리는 다시 동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부유한 중산층을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뉴컴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토머스 뉴컴 대령은 아들 클라이브와 함께 지내려고 인도에서 런던으로 돌아온다. 겁이 많지만 매력 있는 클라이브는 사촌 에설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경제적인 계산 때문에 여러 해 동안 맺어지지 못하고, 클라이브는 로즈 머켄지와 결혼한다. 에설의 아버지이며 뉴컴가의 최고어른인 반스 뉴컴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냉혹한 사람으로, 클라이브와 뉴컴 대령을 해칠 음모를 꾸민다. 한편 대령은 자신의 재산을 경솔하게 투자하여 빈민구호소에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 로즈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이야기는 대령의 죽음으로써 끝이 난다. 감상을 배제하고 진지한 감정으로 그려낸 임종 장면은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새커리는 짤막한 맺음말에서, 클라이브와 에설은 결국 결혼하지만 이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사람들 The Virginians〉(1857~59)은 18세기 후반 미국과 영국이 배경이며, 이전 작품인 〈헨리 에스먼드〉의 주인공 헨리의 손자인 조지 워링턴과 헨리 워링턴 형제의 인생 부침(浮沈)을 주로 다루었다. 새커리는 이외에도 연재소설 〈홀아비 러블 Lovel the Widower〉(1860)·〈필립의 모험 The Adventures of Philip〉(1861~62)을 썼다. 그는 소설 〈데니스 듀벌 Denis Duval〉을 쓰기 시작한 후 얼마 뒤 죽었다.


 

『허영의 시장』(Vanity Fair, 1847-48)


1820년대 워털루 전투의 전야를 배경으로 하며, 영국 상류사회의 속물적 세태를 풍자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부제는 ?주인공 없는 소설?이며, 이를 통해서 새커리가 반-주인공적인 세계를 그리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대부분…모두가 허영을 추구하는…어리석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나타내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출신이나 성격이나 삶에 대한 태도가 대조와 평행을 이루는 (Amelia Sedley)와  샤(Becky Sharp)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Amelia는 부유한 좋은 가문의 출신에 착하고 수동적인 인물이고, 반면에 Becky 는 가난한 환쟁이와 프랑스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매력적 용모와 사교계의 처세술로 가정교사에서 ?숙녀?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야심 차고 정력적이며 교활하고 도발적이며 비도덕적이다. 그리고 완전히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인물이다. 18세기 여성 피카레스크 소설에서처럼, 이 소설의 초점은  Becky의 ?모험?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돈과 신분이 지배하는 귀족계급과 중 상류층의 위선과 비열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냈다. ?아 헛되고 헛되도다! 우리 중 그 누가 이 지상에서 행복한가? 그 누가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만족하는가? 라는 서술자적 논평은 주제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이 서술자적 논평은 Becky의 부단한 ?모험?의 과정과 서술자 자신의 소설 쓰기 행위에 모두 적용될 수 있고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독자 스스로가 판단하고 반성해보기를 촉구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디킨즈와 견줄만한 작가이나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허영의 시장이라는 소설이 유명하다. 이 소설은 솔직하고 풍자적이며 삶에 찌든 상류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을 구성면에서 보면, 크게 두 개의 무리로 갈라진다. 6명의 주요 인물은 상호 대조와 평행선을 이루면서 넓은 구도 속에서 움직인다. 베키 샵(Becky Sharp), 아밀리아 세들리(Amelia Sedley), 그녀의 오빠 조세프 세들리(Joseph Sedley), 조지 오스번(George Osborne), 윌리엄 도빈(William Dobbin)과 로든 크롤리(Rawdon Crawley)등은 상호 대조를 이루며 교제와 결혼으로 짝을 짓는다.

이야기는 런던의 치즈윅 몰(Chiswick Mall)이란 곳에서 시작된다. 아밀리아 세들리와 레벡카 샾(Rebecca Sharp) 양이 젊은 여성들을 위한 사숙(Miss Pinkerton's Academy)을 떠나고 있다. 이 사숙에서 수년간 기숙하면서 전 과정을 마친 이들은 세들리 양의 집에서 보낸 두 마리의 준마가 끄는 고급 마차를 타고 떠난다. 아밀리아와 베키는 바깥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는 이 마차 속에서 대조적인 행동을 드러낸다. 베키는 학교에서 방금 받은 일종의 졸업장과 같은 존슨 박사의 ?사전?(Johnson's Dictionary)을 차창 밖으로 내던짐으로써 사숙에서 받았던 수모를 깡그리 청산하고 새 삶을 향한 결의를 보인다.


아밀리아와 베키는 선과 악의 역을 맡은 주요 인물로서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작용을 한다. 전자는 천진하고 감상적이고, 후자는 약삭 빠르고 냉정하다. 집에 돌아온 아밀리아는 조지 오스번이란 유복한 중상층의 미남 청년을 만나게 된다. 이에 반하여 베키는 부모와 가정과 지참금이 전혀 없는 자신은 아밀리아와 달리 혼자의 힘으로 남편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베키는 아밀리아의 집에 돌아온 이튿날 아침 아밀리아의 오빠 조세프를 보자 곧바로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관심을 끌려고 결심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아밀리아와 베키가 처음 그녀의 오빠를 대면할 때의 그의 모습을 다음에 인용한다.


몸집이 비대한 남자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술달린 가죽구두를 신고 목도리 넥타이는 코밑까지 올라오게 매고 빨간 줄무늬의 조끼와 금화 크기의 쇠단추가 달린 록색 코트를 입은 모습은 절대로 16살의 처녀에게 호감을 줄 만한 외양은 아니다. 오히려 희극에 등장하는 어릿광대의 모습과 흡사하여 웃음꺼리가 될 만하다. 그러나 베키의 눈에는 그의 외양보다는 그가 받는 상당한 액수의 봉급과 사회적 지위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그녀는 그의 앞에서 수줍어함과 교태를 묘하게 섞어 어설픈 그를 당황케 하며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러나 상황이 그녀의 목적과는 어긋나게 되어 그의 청혼을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다. 그는 상당한 월급을 받는 동인도회사의 고급 관리이지만 몸집이 지나치게 비대한 데에 비해 여자에 대해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고 겁을 먹으며 자신의 외양에 도취되어 있는 매우 자아중심적인 노총각이다.

이와 달리 아밀리아는 조지 오스번을 만나자 곧 그에게 호감을 품고 사랑하지만 허영심이 많은 조지는 그녀에게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양순하고 소극적인 아밀리아보다는 그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달콤한 말로 그의 자부심을 부추기는 베키가 더 아름답게 보여 그녀에게 사랑까지 고백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아밀리아는 조지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윌리엄의 숨은 도움으로 조지와의 결혼을 성사시키지만 얼마 안있어 곧 불행에 빠지게 된다.

아밀리아의 인생수업은 조지와의 결혼에서 비롯된다. 조지는 급작스럽게 발발한 워털루 전쟁에 용맹하게 참전하여 곧 전사를 하게 되어 짧은 생을 마치지만, 그의 친구이며 동료 장교인 윌리엄 도빈과 사후에도 계속 대비를 이룬다. 이는 마치 아밀리아와 베키가 계속 대조적인 소설의 틀을 구축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는 비록 전사하지만 아내인 아밀리아와 유복자로 태어나는 아들 조지를 통하여 사후에도 생존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조지는 자만심에 넘치고 경박하데 비하여 윌리엄은 이타적이고 사려가 깊다. 이 반영웅적인 소설에서 미남인 조지는 악한 역을 맡은 대신, 수줍고 매력없는 윌리엄은 비전통적인 선한 역할을 맡는다. 즉 외양으로 보면 매력이 없으나 마음 깊은 곳은 건전하고 선량한 인물이다.

베키는 아밀리아의 오빠를 남편으로 나꿔채 행운을 잡아보려던 첫 시도가 실패한 후에 핏 크롤리 경(Sir Pitt Crawley)의 두 딸의 가정교사로 간다. 그녀가 처음 대한 핏 경은 보통 그리던 귀족과 너무도 거리가 먼 인물이다. 새커리가 희극성 마저 가미하여 그린 그의 모습을 보자. 무식하고 거칠고 저능아 같은 하잘 것 없는 인물이지만 사회적 지위와 부를 상속받은 귀족이다.


새커리가 희극적인 필치를 발휘하여 그린 핏 경은 교양이나 지식 면에서는 무가치하지만 베키가 노리는 권력과 명예와 부를 가지고 있어 출세를 위한 공략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인물이다. 그러나 핏 경의 옹졸함과 치졸함이 지나치자 일찍이 그에 대한 야심을 버리고 그에게서 작위와 부를 상속받을 아들과 몰래 결혼을 함으로써 미래의 귀부인이 될 길을 선점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핏 경이 아내와 사별한 후에 베키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이미 그의 둘째 아들인 로든(Rawdon)과 비밀 결혼을 해버린 그녀는 귀부인이 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로든은 방종하고 똑똑치 못한 기병대 소속의 군인이지만 그녀에게 충성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지가 전사하고 제2의 청혼자인 윌리엄 도빈이 멀리 인도의 주둔군의 장교로 가있는 동안 아밀리아의 생활은 독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녀는 전사한 남편을 향한 일념 - 정절이기보다는 외고집이라고 할 - 으로 아들 조지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는다. 부친은 사업에 실패하고 시부모의 냉담한 절연으로 아들을 기르는데 일체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가난 속에서 오히려 부모를 돌봐야 하는 짐을 지고 있다.

이러한 음울한 광경 대신 독자의 눈 앞에는 화려한 사교계에서 놀랍게 부상하는 베키의 행적이 넓게 펼쳐진다. 베키는 재치있는 화술과 성적인 매력으로 귀족들의 관심을 모은다. 그들의 허영을 만족시키는 아첨으로 환심을 사던 그녀는 막강한 스테인 경(Lord Steyne)과 친밀해져 국왕이 참석하는 파티장에 나가게 된다. 스테인 경은 호색의 노귀족이지만 조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테인 경으로부터 은밀하게 경제적인 보조를 받으며 애정의 관계를 유지하던 베키는 두 사람만의 사랑을 나누던 현장을 남편인 로든이 목격하게 되면서 운명의 추락을 하게 된다. 진상에 눈을 뜬 로든은 평소의 어리석었던 과거의 태도와는 달리 베키와 단호하게 결별한다. 로든은 결혼 이후에 베키의 말을 무조건 믿으며 하인같이 충실했으나 드디어 아내의 진면목을 목도했을 때 스테인 경을 내려치고 그녀를 버린다.

그와 같은 무절제한 망나니가 이러한 깨달음의 순간을 얻는다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전혀 뜻밖이다. 그는 부정직하고 무절제하지만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버지다운 면모를 지녔기 때문에 진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이와 정반대로 베키는 아들을 낳는 순간부터 자신의 야망을 가로막는 방해물로 보았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인간애로 묶인 진실된 모자간의 관계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부를 얻고 출세를 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녀의 관심과 아첨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순수하게 도움을 주었던 아밀리아를 배반하고 그녀의 남편을 유혹했지만, 정작 사교계에서 추방되고 유럽의 이곳저곳을 유랑할 때에는 아밀리아에게 다시 접근한다. 그녀가 쉽게 이용될 수 있는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짓과 위선적 계략을 수단으로 삼아 사교계에 너무 높이 부상했던 베키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녀는 더이상 영국에 머무르지 못하고 유럽의 여러 곳을 떠돌며 여전히 임기응변적인 술수를 발휘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다시는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다. 그녀의 악명이 곳곳에 널리 알려져 있어 유럽에서 그녀를 만나는 옛 친지들은 그녀를 외면하고 멸시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상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더이상 발붙일 수가 없게 된다.

베키를 위선의 화신으로 설정한 새커리는 어떤 의미에서 작가적인 중립성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작가는 아밀리아의 편에도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밀리아를 착하고 현명한 아내와 어머니로만 설정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반평생을 그녀의 행복을 위해 헌신해온 윌리엄의 사랑의 진실을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그 위선과 기만성을 알고 있는 베키를 착하고 불쌍한 피해자로 받아 들이기 때문이다. 사리와 판단력이 없고 자기 중심의 편협한 옹고집만의 하잘 것 없는 여자임이 저절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윌리엄은 그녀가 그의 호소와 경고를 무시하고 베키를 다시 받아들여 기만의 기회를 제공할 때 그녀 곁을 떠난다.

새커리는 인간관계의 심리적인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여 박진감을 자아낸다. 아밀리아가 그녀에게 헌신적으로 대하는 윌리엄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정황도 그러한 묘사의 것이다. 아밀리아가 원하는 결혼이었으므로 윌리엄은 그녀와 조지와의 결혼이 성사되도록 주선하고 아밀리아에 향한 자신의 사랑을 아픔으로 가다듬었던 것이다. 이러한 윌리엄의 고차원적 사랑을 아밀리아는 도저히 상상도, 이해도 하지 못한다. 조지가 전사한 후에도 15년 동안 그녀의 행복을 위해 뒤에서 도와온 윌리엄을 홀대하며 결혼 전부터 그녀에 불충실했던 옛 남편에 대한 감상적인 애정에 빠져있다. 이러한 그녀의 무정함에도 개의치 않고 그녀의 행복을 위해 최대한 돕던 윌리엄은 그녀가 허위와 부도덕의 화신인 베키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받아들일 때 아밀리아를 떠나는 것이다.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아밀리아를 뒤에서 도와주던 윌리엄은 드디어 허상의 꿈에서 깨어난다. 그때까지 그가 가졌던 아밀리아의 이미지는 실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진실된 사랑을 못알아볼 뿐 아니라 받을 자격도 없음을 깨닫는다. 이는 매우 고통스런 각성이고 이 소설 전체에서 매우 인상깊게 각인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소설의 제목에서 제외되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독자는 아밀리아가 선과 정숙을 대표하며 윌리엄은 전통적인 영국의 신사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으나 이러한 해석은 부분적으로만 해당될 뿐, 전체적으로는 아니다. 결국 아밀리아가 숭상해온 남편 조지의 이미지는 실제의 남편과 다른 것이었다. 그는 결혼 초에 베키와의 사랑의 도주를 계획했으나 전쟁으로 실행하지 못한 경박한 난봉꾼이었다. 결국 아밀리아는 아집으로 설정한 가짜 이미지를 사랑하며 수절을 각오했던 것이다. 또 극도의 위선과 계략의 베키 역시 ‘허영’의 인간의 전형임은 틀림없다. 윌리엄 도빈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하잘것 없는 친구 조지의 명예를 끝까지 지켜주려 애썼고, 아밀리아의 행복을 위해 15년간 헌신적인 사랑을 했지만, 아밀리아의 실상에는 눈멀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헌신적인 사랑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위선과 계략의 모사인 베키의 실상을 조금도 투시하지 못한다. 그녀는 아집과 자기기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힘든 매우 좁은 시야의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독자의 동정과 공감을 불러 일으킨 아밀리아와 윌리엄도 결국은 허영의 시장에서 거짓 이미지를 부지런히 진지하게 추구하던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자신의 허위성을 깨닫는 계기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윌리엄이 일단은 그녀 곁을 떠난 후에 그녀의 존재가 자신의 삶에서 절대적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결국 양쪽이 젊은 시절을 고뇌와 괴로움 속에서 허비하고 이미 늙어가는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서야 그들은 결혼한다.

베키는 아밀리아를 소설의 말미에서 만난 후에 그녀의 부유한 오빠인 조세프를 다시 유혹한다. 이 대목에서 경제적인 궁핍에 몰린 베키가 조세프의 전 재산을 획득하기 위하여 그를 심리적으로 완전히 장악했음이 드러난다. 다음은 윌리엄이 아내 아밀리아의 간청을 받고 병석에 누워있는 처남(조세프)을 브럿셀에서 단둘이 만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만남이 있은지 석달 후에 조세프는 유럽의 한 호텔에서 죽은 것으로 나오고, 그가 들었던 생명보험금(2천 파운드라는 거금)의 절반은 베키의 몫으로 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베키가 조세프를 살해했음이 암시된다. 이는 베키에게 지나치게 쏠린 독자의 관심을 아밀리아에게로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저자가 베키를 끔찍한 악녀로 비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로벗 리델(Robert Liddell) 같은 평자는 이 부분에서 새커리가 예술가적 양심을 저버리고 베키라는 인물을 왜곡묘사했다고 비난한다. 그때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베키는 도저히 조세프를 죽일 인물이 되지 못하고 또 죽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리델에 따르면 “... (새커리)가 이러한 중상모략으로 (베키)에게 오명을 씨우는 것이다”(Stanford 5) 이러한 인물묘사의 급작스런 전향은 독자의 거부반응을 일으켜 일찍부터 새커리가 인물을 제대로 살리지 않고 저자의 횡포로 거짓말을 했다고 비방을 받았다.

베키가 아밀리아의 오빠인 조세프를 거의 계획적으로 죽게 했음을 암시한 부분은 아밀리아를 살리기 위한 횡포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새커리가 자신의 소설을 “주인공 없는 소설”이라 칭했지만 베키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주인공이 갖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사악하고 간교하다고 하지만 단신 고아로서 스스로를 돌보고 인생행로를 개척해야 하는 그녀로서는 자신의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의를 실천한 의지와 정력의 여인이다. 그런 면에서 베키는 현대소설의 영웅적인 주인공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사실 이 소설을 읽은 후 우리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 것은 허영의 도시가 아니고 베키라는 강렬한 여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새커리는 자신의 인물의 효과를 과소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상류층의 인물들과의 교류를 유지하고 금전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놀라운 수단을 발휘하는 베키는 현대적인 여걸이라 볼 수도 있다. 비록 아들에게 냉담하고 남편을 사랑할 줄 모르는 비정한 인물이지만 삶의 분출력과 기지와 유창한 프랑스어의 구사, 게다가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화술의 천재이다. 사실 그녀는 아밀리아와 달리 윌리엄 도빈의 고매한 인간됨을 알아보는 혜안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활력에 찬 그녀의 삶의 플롯 옆에서는 도덕적으로 미숙한 아밀리아의 삶의 플롯은 창백한 환상에 불과하다(Van Ghent 9). 그녀같이 혈통이 비천하고 - 부친은 미술교사였고 모친은 오페라 가수였다 - 무일푼인 고아가 속물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타인의 속물근성을 절묘하게 역이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그녀의 절망을 모르는 정력과 성취욕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새커리는 이러한 베키가 선한 아밀리아와 대조를 이루는 악의 화신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인간관에 비추어 보면 완전히 외면만 당할 인간유형은 아니다.



=Becky Sharpe and Amelia=

Becky에게는 그녀의 인생을 통틀어 뛰어난 외모, 지식, 전적으로 무모함 밖에 없다. 반면에 Amelia는 빅토리아 시대의 지배 계급이 그러하고 또 그렇게 보이기를 원했던 보수적이며 오히려 수동적이고 순수한 여성의 타입이다. 변화가 없는 Amelia보다 Becky는 비열하기는 하지만 더 활기차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Amelia와 같은 여성의 약점을 꼬집어 이야기 하려는 의도에서 독자들에게 그녀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그녀의 고통을 만들었다. Amelia의 고통은 Becky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시각을 잃지 않고 Becky에 대해서 동정심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 Becky는 여권주의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A novel without a hero=

 그가 처음 이 소설을 넉 달에 걸쳐 4회분까지 연재했을 때는 부제를 <펜과 연필로 그린 영국 사회의 스케치>라고 붙여서 풍자적인 시각에서 이 소설을 집필할 의도를 드러내었다. 후에 이 부제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A Novel without a Hero>로 바꾸어 주제의 의미를 보완했다. 이는 <Vanity Fair>가 재래의 소설 전통을 따른 낭만적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님을 공언하는 것이다. 즉 이 소설의 주제가 사회 전체이며 그 속에서 사는 인간들은 주인공(전통적인 영웅적인 인물)이 될만한 덕성이나 비범한 특성을 지니지 못하여 비 영웅적인 하잘것없는 삶을 살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있다. 그 예로 Dobbin과 Amelia같은 명백히 선한 인물들은 모두 전통적인 영웅들이 아니며, Beckey Sharp는 악한데도 불구하고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고 Rawdon같은 인물은 소설의 결론부분에서 영웅에 가까워지고 있다.